남해 끄트머리에서의 힐링 숙박 체험('18.8.18.)

  • 작성자

    류문영

  • 등록일

    2018.08.20

  • 조회수

    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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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인 여수에서도 쾌속선으로 2시간 이상 들어가는 곳,
먼바다라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그래서 거문도는 참으로 멀게 느껴지는 섬이었다.

작년에 거문도여행 다녀오셨다는 주변분의 말씀에 혹하여 아이들 방학을 빌미로 언젠가 들어본 등대숙박체험 신청한 것이 덜커덕 당첨이 되었다.
생전 경품, 복권 한번 당첨된 적 없었던지라 왠 행운인가 싶었다.
더구나 토-일을 낀 주말 숙박인데 말이다. (8. 18. 토)

유난히도 무더웠던 2018년 여름.... 하필(?) 목요일부터 열대야가 사라지고 선선한 동풍이 불기 시작했다.
섬여행만 아니었다면 나들이하기 딱 좋은 쾌적함에 흐뭇했겠지만 육지의 시원한 바람이 해상에서는 강풍주의보로 강화되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수시로 기상정보(바다날씨)를 검색하며 맘을 졸여야 했다.
금요일 여객선 출항불가, 토요일 오전 여객선 출항불가...

다행히도 토요일 오후에 강풍주의보가 해제되어 오후배로 거문도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파도가 남아있어 약간의 롤러코스터 타는 듯한 스릴감도 느껴야했지만 말이다.

역사공원 둘러본 후 택시를 타고 목넘어 입구로 이동하여, 등대까지는 약 2킬로를 걸어야했다.
택시가 숙소 코앞까지 바래다 주는 건 아니란 걸 여기 체험글을 통해 미리 읽어놔서
캐리어가 아닌 어깨에 메는 가방을 준비하여 짐은 최소한으로 꾹꾹 눌러담아 한결 걷기가 수월하였다.

등대까지의 길은 경사도 완만하고, 편편한 돌들로 잘 다듬어졌으며
동백과 기타 이름 모를 아름다운 나무들로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남해 같지 않은, 흡사 동해를 방불케 할 정도의 망망대해 푸른 빛깔 바다
입도 오전까지 맘 졸인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등대는 서도 끄트머리에 있어 바다로 지는 해넘이와 백도 주변에서 붉게 물들며 올라오는 해돋이까지 감상할 수 있었으며, 100살 넘은 구등대 옆으로, 층층계단을 올라 멋진 신등대도 체험하였다.
무엇보다 밤에 보는 풍광이 인상 깊었다. 파도소리와 매미소리를 배경음으로 캄캄한 밤을 밝히며 수시로 돌아가는 등대의 환한 불빛, 바다 수평선 너머로 점점이 박혀있는 수십척 갈치잡이 배들의 집어등 불빛, 바다물결에 비쳐 흔들리는 달빛 그림자까지....

숙소는 2개의 방과 거실 부엌으로 이루어져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고 전기, 수도 등 부족함이 없었다. 어찌 도로도 없는 곳에 이렇게 펜션처럼 말끔히 지어뒀는지... 사무실 옆 통상 봉고차 등이 있을 자리에는 요즘 보기드문 세련된(?) 지게 3개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어 그 쓰임새를 짐작할 따름이다.

숙소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해넘이-해돋이 시간도 알려주신 따스한 인상을 가지신 직원분께 가족을 대표하여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짐을 최소화하는 바람에 공짜로 숙소 쓰면서도 음료수 하나 건네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모두가 잠든 밤에 가족과 떨어져 이 외진 곳을 지키는 분들이 있기에 오늘도 바다가 평화로울 수 있을 것이다.

다음날 백도까지 구경하고 소소하게 낚시도 하며 거문도-백도 멋진 1박2일 힐링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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